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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출신변호사 [여자, 언니, 선배들]“농산물 생산자가 제값 받았을 때 가장 뿌듯”… 가락시장 경매사 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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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주꽃 조회 2회 작성일 26-02-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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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출신변호사 정산 업무서 진로 튼 4년차…여성 경매사는 전국 통틀어 10명 정도생산자와 중매인 모두를 설득해 신뢰 얻어야…전문성·꼼꼼함 필수“감정노동 힘들지만 보람도 커…낙천적 여성엔 굉장히 잘 맞을 것”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허리 높이보다도 더 높이 쌓인 농산물 상자가 내부를 가득 채우고, 지게차와 자전거를 탄 직원들이 상자 사이사이를 바삐 오가고 있었다. 동화청과 경매사 허은정 과장(38)은 이날 저녁 경매를 한창 준비 중이었다. 눈으로는 모니터 두 대를 번갈아 들여다보며 전화로는 출하자들과 “물건이 똑같다고 시세가 비슷하지는 않죠” 같은 이야기를 분주하게 주고받았다. 곧 경매가 이어졌다. 응찰기를 손에 쥔 중개인들 앞에서 그는 능숙하게 쌈배추 경매를 진행했다.
허 과장은 2013년 동화청과에 입사해 10년가량 정산 업무를 맡다가 진로를 틀었다. 지금은 4년차 경매사다. 경매사 자격증은 2014년 진작 따놨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은 현장 일(경매사)이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던 때여서 비교적 최근에야 경매사가 됐다. 아직도 여성 경매사는 전국을 통틀어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허 과장도 동화청과에서 유일한 여성 경매사다. 그는 “경매사의 역할은 출하자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것”이라며 “일과가 끝나면 그런 일을 잘 해결했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피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도록 농산물의 품질을 평가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게 경매사의 일이다. 그렇지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생각하는 ‘제값’이 일치하는 일은 별로 없다. 가격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양쪽에게서 신뢰를 얻는 일이 필수. 그래서 허 과장은 “설득이 경매사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물건이 꽤 좋더라도 중매인이 목이 차면(자신이 살 양이 다 차면) 뒤에 아무리 앞에보다 좋은 물건이 있어도 시세는 덜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물량이 달리면 물건이 안 좋아도 시세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과정이 경매이다 보니 그것을 출하자에게 설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과장은 “출하자는 농사를 지어 자기 자식 같은 농작물을 보내는 것인데, 시세가 낮을 때에도 이해해야 하다 보니 그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근거 없이 설득할 순 없으니 경매사는 꼼꼼함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허 과장은 “경매사는 산지에 가서 어떻게 작물이 자라는지도 확인한다. 그런 것들을 중매인에게 얘기해줘야 그들이 그 물건을 한 번 더 검수할 수 있고, 그래야 물건의 제값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마이크를 잡고 경매를 진행하는 일보다 경매 전 출하자와 대화하고 작물을 살피는 일에 집중한다. 허 과장은 “이왕 경매사가 되기로 했으니 기초를 다져 올라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돈이 오가는 문제인 탓에, 시세가 마음에 차지 않은 출하자가 욕설을 하는 일도 종종 있다. 이에 대처하는 ‘감정노동’이 경매사 일을 어렵게 만든다. 허 과장은 “‘어디서 여자가’ 그런 말들도 듣긴 했다. 가르치는 느낌을 받으시는지 화를 내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것들이 힘든 점이지만 욕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면서 차분하게 안내하는 등 노하우가 쌓인 편”이라고 했다.
반대로 ‘제값’을 받도록, 즉 시장에서 더 나은 상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왔을 때는 보람이 찾아온다. 허 과장은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최저 시세를 받았던 출하자가 결국 1등 시세를 받게 된 일을 꼽았다. 그는 “그분이 처음 다른 지역에서 농사하다 보니 작업 방법이나 (작물) 크기를 몰랐다. 시세가 나오지 않은 이유로 ‘물건이 크다’ ‘색이 많이 나지 않는다’ 등의 피드백을 드리니 납득하고 조금씩 고쳐나가서 비로소 1등 시세를 받으셨다”며 “그런 일을 잘 해결했을 때 제일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세가 낮게 나와 속상하지만 친절하게 말해줘서 기분이 나아진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럴 때 이 직업이 뿌듯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농산물 재배와 유통 방식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도 늘었고, 전체 거래량에서 도매시장을 거치는 비율도 줄고 있다. 소비자의 식습관도 다양해졌다. 이런 변화에 맞춰 허 과장도 프릴라이스, 미니 통로메인, 버터헤드, 와일드 루꼴라 같은 특수야채 품목을 발굴하려고 한다. 그는 “아직 시장에 많이 출하되지 않은 특수야채에 관심이 있다. 특수 품목 출하자가 찾아오기도 하고, 내가 찾아내기도 한다”며 “가격과 품위에 있어서 공정하고 신뢰도 있게 거래하려면 수요 품목이 바뀌는 것에 경매사도 대비하고 공부하고 따라가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농산물은 생산 단계에서는 성비가 비슷하지만 유통 분야에서는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다. 그는 “여자가 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감정노동이나 욕설 같은 부분을 처음부터 경험한 사람들은 (해보려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체감하기론 현장에 경매사의 수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매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경매사 일은 어떤 사람에게 적합할까. 허 과장은 “낙천적이고 활발하고 소통하는 데에 긍정적인 이들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시세 안 나왔어도 다음에 잘 내드릴게요’ 식으로 무던하게 잘 넘어갈 수 있는 분들은 굉장히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매사를 진로로 고려하는 여성들에게는 “여성만의,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서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앞으로 여성 경매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내가 자란 시장에서는 그를 박스 아저씨 혹은 박씨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는 자전거로 박스를 날랐고, 우리 집 앞 골목 끝에서 실어온 박스들을 정리했다. 아이였던 나는 그가 주운 박스들이 어디로 가는지, 그 일을 하고 나면 무엇이 남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한겨울에 찬 바닥에 앉아 물건을 팔던 사람들처럼 골목에 쌓인 박스와 아저씨의 자전거 역시 내게는 지극히 당연한 풍경이자 삶이었다. 삶. 한 음절 안에 자음과 모음과 받침이 서로를 꽉 움켜쥐고 있는 단어. 나는 지금도 그 단어를 말할 때면 소쿠리에 담긴 채소나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들, 박스를 자전거에 싣고 골목을 달리던 아저씨가 떠오른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어느 겨울이었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컴컴한 골목 끝에서 하얗게 올라오는 입김을 봤다. 우리는 늘 그랬듯 짧은 인사를 나눴다. 그때 그의 이름을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얼마 후 그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사람의 삶이 끝나자, 골목의 박스들이 사라졌다. 자전거와 입김도. 이제는 골목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얼마 전 한 문학관에 전시된 작가의 육필 원고를 봤다. 유리 진열장 안에서 ‘삶’이라는 글자를 발견하자마자 불현듯 시장을 떠올렸다. 박스가 쌓여 있던 골목과 그 박스를 묶던 손, 자전거에 박스를 싣고 달리던 그 사람의 모습까지. 그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그 시장에는 여전히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 대신 성이나 상호로 불리고, 더위와 추위에 이골이 난 사람들. 문학관 중앙에서 환한 조명을 받는 책을 바라보며 문학보다 절대 작지 않은 이들의 생을 기려줄 기념관을 상상해봤다. 어쩌면 나는 내가 어떤 삶을 기억해왔고 또 얼마나 많은 삶을 그냥 지나쳐왔는지를 묻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록되지 않은 생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그 질문은 언제나 나를 ‘시장’으로 데려간다. 더위와 추위를 견디던 얼굴들, 그들의 몸짓들, 삶은 반드시 어느 자리를 점유하며 지나가고, 우리는 이 삶의 시간이 축적된 곳을 장소라 부른다. 하지만 이 집단적이고 무의식적인 보관소는 영구하지 않다. 풍경이 바뀌고 자리가 정리되면 그곳에 쌓여 있던 시간도 함께 흩어진다. 장소가 더 이상 붙들 수 없는 것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내가 아는 곳은 하나뿐이다. 벽과 유리가 없어도, 물질적 흔적이 사라져도 삶을 간직할 수 있는 자리, 바로 기억이다.
기억의 문을 열면, 그 안에는 나만 있지 않다. 가까운 사람들부터 이름을 알지 못한 사람, 풍경처럼 스쳐 지나간 사람들까지 모두 분명한 자리를 차지한다. ‘나의 삶’이라고 불리는 것 안에는 그렇게 수많은 타인의 삶이 서로를 꽉 움켜쥔 채 들어 있다.
나의 기억이 품은 타인, 타인의 기억이 품은 나. 인간이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우리는 개별적으로 찍힌 점이 아니라 서로의 기억을 오가는 선인 것 같다. 그 선과 선을 이어 면을 만들고 그 안에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인연을 담는 게 삶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장소가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풍경이 있는, 언제나 돌아가게 되는 곳.
"매일 달라지니까 금방 새 건물이 올라올 것 같아요."
서울 강북구청 앞에서 장사를 하는 A씨는 3일 "연말부터 청사 이전 작업을 한다고 한창 북적였는데 지금은 오가는 사람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작업자들이 구청 청사와 바로 옆 건물 철거를 위한 철골 비계 설치 및 가림막 설치 막바지 작업이 이어졌다.
강북구청 청사는 1974년 준공됐다. 시설 노후화는 물론이고 업무 처리 공간이 부족해 신청사 건립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신청사 부지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건물을 지을 만한 마땅한 부지가 없는 탓이다.
4일 산림청에 따르면 강북구는 도시숲(산·녹지) 면적 비율이 62.3%에 달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단연 1위다. 강북구 면적의 대부분이 북한산 국립공원과 북한산에서 이어진 녹지다.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땅은 다른 자치구에 비해 턱없이 작다.
최선책은 기존 구청 부지에 신청사를 새로 짓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기존 부지만으로는 아무리 높게 지어도 분산돼 있는 모든 기관을 수용할 수 없었다. 구청은 2020년부터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계적으로 구청 옆 부지를 사들였다. 해당 부지 건물에 있던 상점들에 대한 영업 손실 보상까지 모두 마쳤다. 구 관계자는 “한자리에서 20~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온 분들인데도 기꺼이 협의해 주셨다”고 말했다. 신청사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이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구의 특성상 정비 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기 어려웠다. 대부분이 고도 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강북구는 북한산이 인접한 다른 자치구들과 지속적으로 북한산 고도 제한 완화를 서울시에 요구해 왔고, 그 결과 지난 2024년 6월 북한산 고도 제한이 완화됐다.
고도 제한 완화로 강북구의 고도 지구 면적은 기존 355만700㎡에서 235만2498㎡로 크게 줄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건축물 높이도 20m에서 28m로 다소 완화됐다. 역세권은 45m까지 가능하다.
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주거지정비 가이드라인’ 및 ‘건축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구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해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비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별도의 지침을 만든 것이다.
특히 저층 주거지를 ‘고도·자연경관지구’ ‘역세권’ ‘우이천변·오패산’ 등 유형으로 나눠 각각의 정비 구상을 수립했다. 서울시 모아타운,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구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우이천을 활용한 ‘재간정’도 지난해 개장 이래 구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재간정 카페에서 판매하는 군고구마를 먹고 있던 김모 할아버지(74)는 “매일 우이천 산책을 하는데 재간정이 생긴 이후로 자주 여기서 쉬다 간다”며 “월요일에 문을 안 여는 게 아쉬울 정도로 삶의 낙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날도 LP를 들으러 온 이모씨(43)는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평일에만 주로 여기서 LP를 듣고 간다”며 “집까지 걸어서 30분 거리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틈나는 대로 온다. 제일 만족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그동안 논의 수준에 머물렀던 주거지 정비와 도시 인프라 개선이 본격 추진되면서 강북구의 도시 경쟁력과 생활 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면서 “구민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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